마을을 구해낸 용 이야기



당리 부산일과학고부터 하단까지 이어지는 길의 이름은 제석로입니다.
당리천을 복개한 도로인데요,
복개란 하천에 덮개 구조물을 씌워 겉으로 보이지 않도록 한 것을 말해요.
제석로는 당리천 물길 따라 만들어진 도로인 것이죠.
제석로라는 도로 이름은 제석골에서 왔습니다.
당리천이 흐르는 승학산 동쪽 골짜기가 제석골인데, 옛날부터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하네요.
제석골에서 제석단을 쌓고 기우제를 지낸 데서 ‘당리(堂里)’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옛날에 당리천 물길이 막혀 마을에 물난리가 났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말린 풀이 유용하게 사용됐기 때문에 해가 잘 드는 당리천 변에 풀을 널어놓고 말렸는데,
천변의 풀이 얼마나 엉켰는지 물길을 막는 사태가 벌어졌던 거예요.
하나뿐인 물길이 막혔으니 하천이 범람해 마을로 쏟아져 들어왔는데···
이때 물난리를 본 용이 승천하며 꼬리로 바위를 거세게 쳤다고 해요.
덕분에 바위가 부서져 내려 마을로 쏟아지는 물을 막아주었답니다.
당리 토박이 어르신들 사이에서 전해오는 이 이야기는 아마도 채석장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돌산인 승학산에는 돌을 캐고 퍼내는 채석장이 있었는데요,
채석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발음과 바위 잔해를 용이 승천하며 바위를 친 이야기로 전한 것은 아닐까요?
채석장이었던 이곳에는 현재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바위 절벽이 아파트를 둘러싼 독특한 형태라서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아파트 주민의 말에 따르면, 한여름에도 숲속 상쾌한 바람이 불고 공기도 좋아서 주거 만족도가 꽤 높다고 하네요.
사진 제공 : 사하구
《이야기 공작소 부산 : 3호 [2024] 안녕한 사하》,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2024.
「[맹탐정 코남] 부산에만 있는 특이한 아파트 TOP3」, 《부산일보》(https://www.busan.com/), 2022.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