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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정 회화나무 이야기

참고

  • 《이야기 공작소 부산 : 3호 [2024] 안녕한 사하》,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2024.
  • 『역사와 자연이 숨 쉬는 사하 이야기』, 부산광역시 사하구, 2011.

괴정에는 예부터 괴목이 많았어요.

괴목은 회화나무를 말하는데, 학자수라는 별명답게 집안에 심으면
큰 학자가 태어난다는 말이 있죠. 그래서인지 장원급제 어사화를 만들 때도 회화나무 꽃을 사용했다고 하는군요.

괴정에는 팔정자 나무로 불리는
커다란 회화나무가 있는데요.

수령이 620년 정도 되었으니 1400년대부터 자리를 지킨 셈입니다.
여덟 줄기로 크게 자란 팔정자 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목이었다고 해요.

옛날 괴정동에는 수백 마리의 말을
키우는 목장이 있었는데

다대포 관할 목장 중에 가장 큰 규모였어요.
그래서 괴정동을 ‘목장리(牧場里)’라고 불렀지요.

이 목장리 주민들은 말이
말을 듣지 않아 고생이 많았습니다.

말을 키울 석성을 쌓고 고치느라 노동이 끊이지 않았고,
울타리를 쳐도 넘어와서 농사를 망치는 말 때문에 울화통이 터졌습니다.

“목장을 관리해야 되는 다대첨사가 일을 똑띠 못하니까
아, 우리만 이래 죽어나는구만.”

“다대첨사 어데 숨었노? 나와보소!”

성난 주민들은 팔정자 나무 아래에 모여 과도한 부역과
다대첨사의 폭정을 규탄했습니다.

마침 이곳을 지나던 다대첨사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어요.

다대첨사는 나무 아래에 모인 주민들을 모두 처형했습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다시는 나무 아래에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게
팔정자 나무도 베어버렸답니다.

시간이 흘러 팔정자 나무 밑동에서
다시 여섯 가지가 살아 나왔습니다.

그 나무가 바로, 해오름교회(사하구 낙동대로244번길 9) 근처에
우람하게 서 있는 2-8 보호수입니다.

620년을 산 만큼 팔정자 나무 이야기는 다양한 버전으로 전해집니다.
팔정자 나무를 베어버린 것은 다대첨사가 아니라 동래부사였다는 말도 있고, 베어버린 나무에 여덟 개의 가지가 자라났다는 말도 있습니다.

분명하게 전해지는 것은 ‘괴정’이라는 동네 이름이
팔정자 나무에서 왔다는 것이지요.

회화나무샘터공원에도 2-9호 보호수로 지정된 회화나무가 멋지게 서 있습니다.
이 나무는 2020년에 부산의 첫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도 지정되었다는군요.

괴정은 역시, 회화나무의 고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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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바다가 만나는안녕한 그곳.